"무대가 신이 만드는 공간처럼 이루어진 곳이라면, 천사도 연극을 볼까? 무대의 화려한 조명에서- 천국의 빛을 볼까?" "아니, 연극을 볼 뿐이야."
Before return of the Charisma
삽화

 

 

 

'Return of the Animals' by Ernst Ludwig Kirchner.

 

눈싸람님

 


 

또 허탕이야?

 

여긴 우리가 살던 곳과 비슷하긴 하지만,

제목대로 동물들이 너무 많네.

 

서두를 필요 없어.

 

하지만 네가 계속 집을 가지고 있는 것도 불안한걸.

 

솔직하네, 후미야.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네가 새 무대를 찾는 동안 내가 도망가 버리기라도 할까 봐?

 

'무대'라는 말은 언제까지 쓸 셈이야?

별로 상관없지만.

...너도 신기한 녀석이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그림을 넘나들기 위해 망을 봐달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어떤 각본에서도 생각하지 못 한 캐릭터야.

그것도 자기 친구들이 함께 살 집을 둘 세계를 찾아서ㅡ라고.

후후. 역시 이상한 일.

솔직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는 못 했어.

 

이해하고 싶어?

 

꼭 그럴 필요는 없지.

 

어째서?

 

너무 생각하면 무대에서 행동이 굼떠지기도 하거든.

생각하다가 너나 내가 들켜서 잡혀가면 어떡해.

 

...

 

후미야, 자연스럽게 그림을 감상해.

들어가기 전에 알 수 있는 게 많아.

 

해보지 않고 무엇을 알 수 있지?

 

들어간다는 선택지를 모르니까 할 수 있는 판단.

 

예를 들면?

 

이 그림은 제목부터 동물들이 나와.

<동물의 귀환>.

그러니 그곳에 인간은 많이 없을 가능성이 높아.

 

흐음?

 

인간은 항상 다른 종족을 내쫓고 싶어 하잖아.

그래서 동물들이 사라졌겠지.

인간이 서로를 내쫓고 내쫓고 내쫓기를 반복해서, 결국 다 없어진 거야.

남아 있는 인간은 공존하려는 사람들뿐.

동물들은 그제야 일제히 인간의 구역을 차지한다.

그곳은 원래, 아주 먼 옛날에는 동물들이 살던 곳이니까.

응, 나라면 그런 생각으로 그렸을 거야.

 

사나기,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비관적이네.

 

...비관적인 진실이 아닐까?

 

뭐어.

 

이제 와서 모르는 척이라니.

너희도 인간의 그런 모습을 알기에 함께 모여 살게 되었잖아.

특히 후미야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잘 모르겠는데.

 

너희의 집에 들어갔을 때 느낀 안정감은 그거였다고 생각해.

상대를 내쫓을 생각이 없는 집이었지.

조금 동물적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처럼 쓸데없는 것을 캐물을 필요가 없는,

 

하지만 사나기.

너는... 엄청나게 캐물었잖아.

우리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어?

 

어머, 제가 그랬나요?

 

또 말투가 바뀌네.

 

그것까지가 사나기라는 사람이니까요.

 

불리하면 그러는 거 아냐?

 

전혀 그렇지 않아요, 후미야 군.

친애의 표시라고 생각하세요.

 

그래, 맘대로 해.

그건 그렇고 이제 사람이 다시 뜸해진 것 같으니까,

저 그림을 살펴보고 올게.

 

흐음...

 

또 보기 전에 알 수 있다고 할 셈이야?

 

아뇨.

집이 왠지 들썩거리는 기분이 들어서요.

 

뭐라고?

 

울림이 심하진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깨어났을 것 같네요.

 

......

 

자, 답지 않게 동요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저 그림도 아름다운 마을 같으니까.

 

...더 심해져도 절대 문을 열지 마.

 

응.

 

정말로.

 

그렇게 한다니깐.

 

 

 

(?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