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신이 만드는 공간처럼 이루어진 곳이라면, 천사도 연극을 볼까? 무대의 화려한 조명에서- 천국의 빛을 볼까?" "아니, 연극을 볼 뿐이야."
Exeunt(스즈키 사나기 연출/주연) Behind
삽화

 

 

오오세에게는 사나기를 퇴장시킬 방법이 없다.

 

 

01
8님 그림 편집 

 


 

연극을 준비하며 오오세의 작품을 활용하고 싶었던 사나기는 카리스마 하우스에 들러 오오세에게 계속 어필해왔다.

 

"오오세. 나는 네 작업을 아주 높이 사고 있어."
"당신의 작업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해주면 안될까요?"
"직접 오는 게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영상을 찍으면 되거든요. 세상 좋아졌죠?"
"뒷모습만도 괜찮아, 뒷모습만! 그거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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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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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다.

 

“무대 뒤쪽에 그림을 거는 거야. 어쩌면 배우가 직접 들고 나와서 세워둔 채 연기를 이어갈 수도 있어. 어떤 대목이냐면... 대본을 보여줄까?”

 

그러나 오오세는 위대한 작품에 자신의 졸작을 내보낼 수 없다며 거절한다. 정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작품을 구경하는 것만 허락해달라고 설득해 오오세의 방에 발을 들이는 사나기. 오오세의 방을 보고는, 영감이 떠올랐다며 이 방을 찍어서 무대에 영상으로 송출해도 되느냐 묻는다. 그 무엇도 밝히지 않고 연극의 일부가 될 뿐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면서. 그것 역시 부끄러운 오오세는 곤란해한다.

 

“그럼, 이 방을 차용해서 미니어처를 만들어 비추는 연출을 하고자 한다면, 허락해줄거야?”

 

작품이 안되면 영상, 영상이 안되면 미니어처로 구현... 사나기는 끈질겼다. 그러나 오오세는 그가 아무리 거절해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보고 어떤 열의를 엿본다. 그건 계속 작품을 고치는 자신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이유라는 생각에 또다시 자신에게 실망한다. 사나기는 연출이 얼마나 바뀌어도 작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데, 자신은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끊임없이 고쳤다.

 

“저는...”

“쓰레기 같은 거,라고 하려고 했지?”

“엑”

“설령 쓰레기 같은 소품이 들어와도 그것을 무대에 적합하게 쓰는 게 연출.”

“사나기 씨...”

“그것이 무대.”

“그 대사 컨셉으로 밀고 있죠...”

"어쨌든 오오세 군이 스스로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해도 무대의 책임은 내게 있어."

 

언제나 같은데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사나기의 웃음소리. 

 

"작품이 받아들여지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오오세는 사나기의 말과 말 사이에 비약이 꽤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지 오래였다. 마치 희곡처럼, 내포된 말뜻을 상대가-또는 관객이- 당연히 알 거라는 듯이. 그리고 오오세는 눈치챌 줄 안다. 

 

"그렇게 배려해주지 않으셔도..."

"아니아니, 무대에 올리고 싶은 것도 진짜니까."

 

...해석은 사나기가 한 발 더 앞서간다. 사나기는 방금부터 계속 바라보던 작은 통으로 다가간다. 오오세는 사나기의 시선을 진작에 알았고 통에 다가설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도마뱀이 사는 통. 거기에 대고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사람 손을 타도 돼?"

"싫어하지 않으세요?"

"응."

 

잠시 뒤 오오세는 손에 그 아이를 데려와 사나기와 닿을 수 있게 한다. 무서워하지 않으시니까. 어쩌면 주의를 돌리려고 과감하게 허락해줬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퇴장하도록...... 사나기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의 그 생각까지 해석하고 있을까. 항상 하던 것처럼 말이다. 

 

손에 온 신경이 쏠린 오오세를 사나기는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도마뱀이 발을 내딛는 속도와도 같이.